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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벤처 경험이 2번 정도 있다.

한번은 아무 경력 없이 무보수에 기술투자를 통한 정말 맨땅에 헤딩 기술투자식 벤쳐였고

다른 한번은 나름 괜찮은 급여를 받으며 직원으로 근무한 벤쳐였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대표란 사람의 블러핑이 대단했다.

어찌보면 첫번째 사장형은 나중에 경험한 급여를 주던 사장에 비해선 새발의 피 수준이었다.


그 중 두번째 벤쳐 경험이 보다 악질이었던지라 두번째 벤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두번재 벤쳐의 사장은 국내 모 대기업급의 인터넷 예약 사이트인 인***로 부터 백억을 투자 받아 여행앱을 서비스 하던 회사의 대표였는데 아이템은 해외여행객을 대상으로 숙박업소를 예약해주며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였다.

차별점은 데이터였다.

가령 렌트카를 빌렸을때 그 호텔의 주차장에 여행객이 빌린 렌터카가 주차가 가능한 구조인지, 주변의 맛집은 무엇이며 쿠폰은 제공되는지 등등 면접과정에서 프로젝트 책임을 맡았던 실장이란 분의 자부심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던 서비스였다.


하지만 입사를 하고 나서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였다.

회사의 기강은 그렇다 쳐도 웹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먹구구식 개발에 개발자가 여럿 바뀌었고 그 상황은 그때도 진행형이었다.

사장이란 사람은 해외 출장이 잦았으며 면접때 제시했던 처우는 급여만 같을뿐 직위 부분도 달랐고 그 회사를 결심하게 되었단 데이터의 강점이란 내용과 달리 데이터는 충실한 상태도 아니었다.


하여 서둘러 다른 회사를 알아보았고 다행히 새로운 직장을 잡게 되어 퇴사 의사를 한달만에 밝히게 되었다.


그런데 가관인것은 사장이 복귀한 뒷 일이었다.

사장이란 사람이 나에게 얼른 앱을 완성해주길 요청하였고 순간 난 하던일을 마무리짓고 퇴사일을 밝혔던 지라 조금 미안한 마음에 쓴웃음을 반자동으로 지어보였다.


이후 사장이 내 퇴사 일정을 알게되자 대노하며 기리기리 날뛰기 시작하였다.

급기야 전 직원(이래봐야 15명 남짓)을 불러모아 일장 연설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 미안한 의미의 미소가 사장의 인식엔 비웃음으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도둑이 제발 저리듯 말이다.


연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너희들이 잘났느냐?

잘났으면 네이버에 갔지 여기에 있겠느냐?

못났으니 네이버에 못가고 이 회사에 있는게 아니겠느냐?

(못난)너희들은 성공이란걸 해보았느냐?

난 해봤다.

그래서 이 사업 아이템도 성공할 것이다.

자기 자신은(사장) 지금도 아무개씨(나)가 남아주길 기대한다.

그래서 함께 성공하길 바랄뿐이다

(하지만 못난 저 놈은 못나서 이 사업 아이템에 동의 못하고 퇴사를 하니 너희들은 동요하지 말아라)


대충 이런 취지의 연설이었다.


성공이란 마약에 취해 자신이 하는 일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고 그러한 믿음이 없다면 성공할 일도 실패할 수 있기에 굳건한 신뢰를 통해 함께 나아가자란 주옷(좃) 같은 연설이었다.


당시 난 이 연설을 들으며 한편으론 잠시나마 같은 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다른 한편으론 내 직관력이 아직까진 쓸만하다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성공 근처에 갔던 사람이 운좋게 연줄로 투자를 받아 새로운 아이템을 잡아 아둥바둥 하는 모습

- 현재 얼마나 불안한 상황이면 저럴까

- 한 조직의 리더가 저리 속이 좁구나


연설을 감명깊게 들은 후 난 사장실에 들러 

"꼭 성공하십시요~"

라는 말과 함께 나왔고 사장은 별말없이 경멸 반 무관심 반 스러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곤 새로운 회사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반년쯤 지났을까?

퇴사했던 회사의 이야기를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되었다.

(당시 다른 팀의 팀장으로 있던 사람이 내가 다니는 회사의 면접에 참석하게 되어 알게 되었다.)

내가 퇴사하고 얼마 안가 그 회사는 문을 닫았고 당시에 말은 못했지만 내가 부러웠으며 제대로된 선택이라 생각한다란 이야기였다.


그때 바보처럼 그 회사에 남아있었으면 내 인생을 어떻게 요동쳤을까


앞으로 똑같은 사짜에게 당하는 일은 없을것인가?


간절하면 사람이 귀가 얇아지는 법이다.


짧게나마 귀한 경험을 하였고 이렇게 온라인 상으로 경험을 이야기 해본다.


프로그래머들은 외곬수들이 많다.

1 아니면 0 

되던지 아니면 안되던지

잘만 도닥여주면 길을 몰라 뽀루퉁하게 답하는 프로그래머들도 상황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직군의 사람들이 프로그래머이다.

(물론 개중엔 어린 나이임에도 정치를 잘~ 하는 프로그래머들도 없지 않다.)

이런 가여운 사람들을 이용하려 드는 종자들이 개탄스러우며 훌륭한 인품과 성공 가능성을 보유한 인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라며 본 글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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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ippa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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