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수학여행 하면 우리땐 경주였습니다.
그곳이 무얼 의미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묻지마 경주.
한방에 수십명씩 모여서 잠을 자고 다음날이면 대충 씻고 버스에 올라타 유적지라며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무의미한 그런 여행.
참 소중한시절. 다시 없을 사람들과의 유일한 여행길인데도 불구하고 우린 그렇게 강요당하듯 여행을 갔어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가고싶은 여행지가 어디냐 묻는다면 심심치 않게 경주라 답하는 사람들의 이유가 위와 같았습니다.
출근길에 막히는건 피하고 싶으니 일단 6시 조금 넘어서 출발하였으나 보기좋게 출근길과 마주쳐버리고 말았네요.
아직 서울인데 막히고... 막히고... 막힙니다.
그나마 막히는 시간에 "초보" 검정테이프로 광고하는 차량을 발견.
막히는길에 잔재미를 주시더군요.
중간도 덜가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한 휴게소.
요즘 많이 두들겨 맞는 휴게소지만 뭐 예전에 비해선 많이 나아진모습입니다.
사과 돈까스라던데... 접시뒤에 애플로고라도 새겨져있는건지..
오므라이스는 5천 원. 사과 돈까스가 7천 원 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렇게 5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한 숙소인데 우리가 정한 숙소는 한옥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2년전 상처를 받고 마음이 심란하여 한옥과 커피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한참을 찾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던 차.
1년이 지났지만 이번 기회에 한옥 게스트 하우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참 여행은 숙박시설이 아닌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얻는 경험이라 굳게 믿어왔던 제 철학이 이날 사라집니다. T^T)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주 좁은 마당이 있고 정면에 우리가 묵을 사랑채?가 있었습니다.
마당엔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이들의 사진이 있었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 사진들은 주인장의 반 강요에 따른 사진이었습니다.
(다음날 퇴실땐 반 강제로 방명록도 썼습니다.)
방 안에 붙어있던 게스트하우스의 안내사항.
세상에 뜨거운 물이 아침, 저녁 2시간씩만 제공된다!!!
이런 단점이 있는가 하면
밤이 되면 영화도 스크린으로 쏴주고 주인장이 괜찮은 음식이 있으면 와서 먹으라 너스레도 떨고 주변 설명을 해주다가 담배피세요? 라고 담배를 통한 소통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또한 가격도 주중 4만원이란 저렴함도 장점이지요.
이처럼 이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은 주인과의 친밀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저와는 맞질 않는 곳일뿐. -_-a
이젠 편한게 좋고 서비스 받는게 더 편한 나이이기 때문인가봅니다.
숙소가 외져있기에 시내에 가보려면 이렇게 1km 넘는 거리를 걷고 굴다리를 지나야 나가볼 수 있습니다.
시내엔 이렇게 경주빵 천지인데 온 도시가 경주빵에 올인하는 것 같습니다.
찰보리빵과 함께 황남빵도 유명한데요
참고로
원조집 기준으로 찰보리빵은 유통기한이 하루를 못넘기고 황남빵은 서늘한 곳에서 4일을 넘기지 못한다합니다.
가격은 매우 비싸서 찰보리빵 1개당 600원꼴이고 황남빵은 잘 기억이...
여튼 팥이 주 성분인것 같아서 그런지 이 빵 역시 비싸다 대충 10개짜리가 16000원 이던가...
황남빵은 특허를 낸 딱 이 곳에서만 파는듯 싶습니다.
지나가다 찍은 목욕탕.
경상도 지역이라 그런지 탕 이름도 보수.
일단 시내를 나간 이유는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밀면"이란 녀석을 먹기 위해서인데 밀면은 겨울에 하질 않는다 합니다.
헐~
이집이 가장 유명하다던데..쩝
일단 다시 검색을 하여 다른 유명한 집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그리 멀진 않더군요.
현대 밀면. 이집도 유명하다 하여 대략 10여분을 또 걸어 어렵게 찾아갔습니다.
찾아가는 도중 시내관광을 어쩔 수 없이 하게되었는데 이 지역도 외국인 노동자 또는 다문화가정이 많은듯 싶어요.
외국 식재료와 외국 음식점들이 많이 눈에 띄고요.
특이한 점은 미군부대도 없을터인데 스테이크 집들이 드문드문 있더란.
왜 있지?? -_-
어렵게 도착해 처음 먹어보는 밀면.
밀면 = 쫄면, 냉면인데 양이 장난이 아닙니다.
가격은 물이 5천 원, 비빔이 4천 5백 원
여기에 곱빼기는 5백 원 추가.
옆 테이블을 보니 실제로 그렇게 먹더군요.
맛은 글쎄... 부산 돼지국밥이 그러했고 경주 밀면도 그러합니다.
소문만 무성했지 맛은 그냥 다시다 맛.
하지만 저 국물은 참 미묘한 맛이 납니다.
그래도 언제 내가 경주에서 파는 밀면을 먹어 볼 수 있겠는가? 하며 절반 정도 못먹었지만 최대한 잘 먹으려 노력했습니다.
점심시간인데도, 경주에서도 유명한 3대 밀면집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네요.
겨울이라 그런가 봅니다.
여름이면 줄서서 먹는다하니..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담아본 능.
여기저기 모두 무덤.
이후 방문한 곳은 최씨 고택
고택보다는 교동법주가 있다 하여 술이라도 사볼까 싶어 내심 일본의 사케 주조장을 예상하며 갔으나 아무것도 없이 그냥 한옥 한켠에 교동법주라며 진열장이 하나 있고 그나마 아무런 정보도 없는 그저 그런 곳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을까.
이렇게 허탈한 마음을 감추며 최씨 고택에 가던 중
이곳에서 눈알에 날벌레가 한마리 날라 들어오는 진귀한 경험을 통해 안구를 직접 손으로 굴리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하루였기도 합니다.
최씨 고택은 뭐 그냥 부잣집 한옥... 그런식이었고 한켠에 경주 개 한마리가 있던데.. 특징이 꼬리가 없거나 엄청 짧은 개라하더군요.
그렇게 대충 관람을 하고 나오는데... 어머나 세상에 뜻밖에 교리김밥을 발견!!!!!
맛좋기로 소문이 나서 가볼까 하다 김밥 한 줄 먹겠다고 찾아가는것도 웃기던 차에 뜻밖에 김밥집이 나타나 주시니.. 감복할 따름
벌레 떼어가며 눈알 굴려가며 고생한 보람은 여기에.
맛은 그렇게까지 기대는 안했는데 3일이 지난 지금도 또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게... 거참
비결은 저 달걀더미입니다.
상상했던 맛은 참기름 때문에 촉촉하고 그런맛일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계랸이 많아 좀 부드럽고 달달한 맛에 흔하지만 오이도 한몫을 하는
마치 황금잉어가 청룡의 등을 타고 승천하는 오묘한 맛이도다
사진에서처럼 그냥 여느 분식집이나 비슷한 구조에 한편에선 열심히 김밥을 만들더군요.
경주에선 빵집을 가나 김밥집을 가나 공개된 장소에서 열심히 만듭니다 :)